데이지헐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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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마케터의 연말은 바쁘다. 한 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서 스트레칭해야 하는데, 학교에서 50분 수업 10분 휴식 주기를 갖는 이유가 분명 있는데, 알긴 아는데 그러지 못했다. 내 몸은 서너 시간 이상 가만히 동상처럼 앉아 손과 눈만 굴리며 기획안을 뽑아내는 뇌를 열심히 지원하였다. 몸을 대하는 태도는 곧 가벼운 두통과 뻐근한 몸이라는 대환장 콜라보를 가져왔다. 아, 하나 더 있다. 난 겨울에 전혀 패셔너블하지 않은 곰이 된다. 어깨를 짓누르는 옷의 무게를 버티기 위해 내 목과 어깨는 무리를 하고 말았다.  

 

12월은 동시에 한 해를 돌이켜보며 다음 한 해를 다짐하는 달이다. 어깨와 목 통증을 느끼며 나는 당당하게 2020년에는 클라이밍을 꾸준히 '잘'할 것이다 - 라는 다짐을 세웠다. (데이지의 2020 목표 보기)서른을 맞이하는 내 몸은 "젊을 때 건강관리해야 해"라고 나이 든 사람이 조금 더 어렸던 내게 수 없이 말한 이유를 정확히 느끼고 있었다. 달라져야 했다. 지금 이런데, 내 마흔, 내 쉰은? 클라이밍으로 박살 나게 건강을 되찾겠어 - 다짐하며 지금의 건강문제를 2020으로 미루었다.

 

2020년 1월 중순

 

새해가 밝았고, 1월의 반이 지났다. (마케터의 연초도 바쁘다.) 다니던 클라이밍 센터는 새로운 지점을 오픈하였고 우리 (우리 = 호와 나를 뜻함)가 이곳을 처음 방문한 날은 볼더링 파티가 있는 날이었다. 볼더링 파티라 함은... 나도 이 날 알았지만, 새롭게 서치된 루트 (=문제라고도 말한다)를 누가 제일 많이 끝까지 올라갔느냐를 겨루지만 본질은 즐겁게, 함께에 둔 대회 겸 네트워킹 파티이다. 나는 가장 쉬운 레벨 하얀색 그리고 노란색 문제들을 깨며 매우 즐거워했다. 문제를 깨면 (마지막 돌을 두 손으로 잡아 해당 루트를 정복했음을 의미함) 다시 내려와야 하는데, 나는 점프하는 걸 두려워하기에 몸에 힘을 주고 하나하나 밟으며 다시 내려왔다. 그 주에 한 번 더 클라이밍 센터를 방문하였다.

 

 

호는 클라이밍을 매우 잘한다. 가벼울수록 유리한데...음

 

두번 째 클라이밍한 날 저녁, 거대한 돌에 오른쪽 팔이 깔린 느낌을 받게 되었다. 통증이 계속 심해져서 결국 정형외과를 방문하였는데 팔이 문제가 아니라 여러 요인으로 목이 무리하였고 모든 통증은 목으로부터 온다, 즉 너는 일자목이니 왕주사를 4군데 맞고 궁딩이 주사에 물리치료도 받고 가거라 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원래 비싼 주사를 맞히기 전에 얼마인지, 실보험 적용이 되는지 말해줘야하는 거 아닌가. 그는 그러지 않았고 나는 무려 9만원 정도의 보험사로부터 돌려받지 못하는 진료비를 내고 다시는 이 병원에 오지 않겠다라는 결심을 하였다. (사실 저번에 한 번 들렸을 때도 같은 다짐을 했는데 인간은 같은 실수를 하고) 그리고 그 비싼 주사의 효과는 없었다. 이 날 이후로 클라이밍을 못갔고, 나의 행동반경은 조금씩 좁혀졌다. 박살 나게 건강을 되찾기는 커녕, 내 몸이 박살나고야 말았다. 

 

 

2020년 2월

 

오전에는 괜찮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심해진다. 목, 어깨, 팔, 허리 모두 쑤시며 침대를 그리워한다. 집에 가서도 큰 활동을 하지 못한다. 해결책을 모색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누워서 가만히 있는다. 조금만 쉬면 나아질거라고 믿으며 계속 방치하는 날들이 반복되고 있다. 웃음이 줄어들고 있다. 호 그리고 냥님들에게 큰 반응을 해주지 않는다. (원래의 내 저녁을 소리로 표현하자면 : 꺄하, 낄낄, 푸헤헤, 잉 제리야 잉 모카야로 이루어져 있다.) 매일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그것들에 대해 글을 쓰기 위해 이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그마저 목적을 잃었다. 나아져야 한다. 내가 나답기 위해서는, 건강해야 한다. 세상에, 내가 건강에 대해서 말하게 되다니 - 라고 싶다가도 내 나이는 어느덧 서른이라는 사실을 직시한다. 

 

다음 주에는 도수치료를 받아보리라. 한의원도 방문하리라. 경각심을 갖고 일자목에 대해 검색도 하고 해결해보리라. 

(데이지, 정신차렷!)

 

 

 


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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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sy@ohmy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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