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헐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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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머금고 팀원은 오늘 오전 유럽 여행을 위해 올렸던 휴가 취소 기안을 올렸다. 여행을 사랑하는 친구 한 명은 수수료를 내며 해외 항공편을 취소하였다. 현재 해외 여행 예약을 이미 마친 사람들은 다음 중에서 선택을 하고 있을 것이다.

 

1. 미리 수수료를 내고 취소를 한다.

: 가도 환영받지 못하며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입장 불가한 곳들도 주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예. 미술관, 식당)

: 호텔, 기타 관광지 입장료까지 다 낸 경우에도 수수료가 또 발생하기에 손실은 크다. 

 

2. 입국금지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린 후 항공료 전액을 환불 받는다. 

: 입국금지령이 떨어지면 입장료를 비롯한 숙소 또한 (민박이 아닌 경우에만 해당될 것 같다. 저렴한 민박이 이럴 땐 뒷통수를 친다.) 전액 환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 만약에 금지령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리스크를 안아야 한다.

 

이 시국에 나처럼 가긴 가야지,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곧 오는 4월 초에 큰이모, 사촌언니와 함께 아프리카에 있는 엄마를 방문하고 일주일 넘게 여행을 다니기로 모두 예약을 마친 상태였다. 내 어머님은 아프리카 코이카 단원으로 활동하고 계신다. 현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신다. 어제는 엄마가 아프리카에 간지 일년 째가 되는 날이었다. 아프리카는 확진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길거리를 자유롭게 다니기 힘든 분위기라고 한다. 원래는 큰이모와 사촌언니도 같이 가기로 했으나 둘은 여행을 취소하기로 결정하였고 나는 금지령이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간다 - 입장을 고수할 뿐이다. 그저 가면, 여행 없이 엄마 집에서 엄마랑 시간을 보내면 되니깐. 그래도 씁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질병을 이용하여 사실은 본성에 내재되어 있는 인종차별을 '합당하게' 내뿜는 걸까. 한 국가의 모든 국민을 하나로 묶어 혐오하는 일을 역으로 당했을 때 얼마나 슬픈 일인지 알기에 (해외 유학생들이라면 다 겪어봤을테다.) 이 사태가 더욱 슬프게 다가온다. 

 

혐오는 무서운 감정이다. 다수가 특정 누군가를 혐오할 때는, 혐오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힘이 강력해진다. 그리고 군중심리로 인해 혐오가 얼마나 타인을 죽게 만들 수 있는 무서운 감정인지 모르게 된다. 합리화의 대가가 된다. 혐오라는 감정을 내뿜는 것은 중독되기 쉽고, 휘둘리기 쉽다. 프레임이라는 단어가 왜 있겠는가. 정치판 선거 전략가가 말하는 '프레임'의 '공감'은 '혐오를 함께 하는 군중'을 뜻할 때가 많은 걸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 않는가. 너무나 행복하게 웃던 많은 연예인들의 생명을 앗아가지 않았는가. 나는 혐오의 무서운 힘을 알기에, 혐오하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혐오받고 있을 해외 교민들을 생각하며 난 혐오하지 않는다. 혐오 받고 있을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신천지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의 경우, 이재명 지사의 행동에 박수를 치고 싶다. 혐오 댓글이 무슨 힘이 있을까. 이 상황을 이용하여 서로 욕하는 정치판은 더더욱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 뿐이다. 혐오를 부추기는 제목들로 뉴스가 도배된 상황 속에서 행동하는 정치인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 오늘 오전의 좋은 소식. 

"경기도는 신천지교회가 공개한 시설과 자체 조사한 시설 모두인 총 353개 시설에 대해 방역 및 강제폐쇄표시를 하고 폐쇄기간 동안 공무원을 상주시켜 폐쇄명령 집행을 확보할 것"

이 지사는 "이번 집단 감염사태와 관련하여 신천지 교회는 결코 가해자가 아니며 감염병에 따른 피해자임을 인정한다. 도민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는 도정 최고책임자로서 도민과 신천지교회 신도여러분께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그러나 전 도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도지사로서 결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해를 당부했다.

이어 "경기도는 공직자 모두가 일심동체로 합심하고 행정력을 총동원해 코로나19 조기종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동체의 위기 앞에서 언제나 힘과 지혜를 모아주시고 저희를 믿어주시는 도민 여러분께 의지하여 흔들림 없이 그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라인 네트워크 뉴스에서 소개한 김영하 작가님께서 신작 간담회에서 하신 말로 이 글을 끝낸다. 

"어디까지가 인간이고 인간이 아닌가. 내가 만약 감염자가 된다면 죽고 아프고도 문제지만 사람들로부터 배제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것, 내가 감염자로 이름이 남겨지고 사회연결망에서 사라지는 것, 영원히 이름 대신에 숫자로 블리는 것, 가족으로부터 버림 받을 것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내 책을 독자들이) 그런 것들에 대한 비유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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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sy@ohmy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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