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에 만난 프랑수아즈와 베로니크
얘, 나에게 편지 써줘, 어리석은 문장이나 변명들로 고생하지 마. 무엇보다 사과하지 말고 네 입장을 설명해. 만일 설명할 게 없다면, 천만다행으로, 우리는 예전처럼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거야. 스카치위스키 한잔으로 시작해 우리의 오래된, 내게는 소중한 우정을 축하하는 것으로 끝내자.
귀하가 보내주신 카드에 경탄해 마지않으며, 이 각별한 경의와 억누를 수 없는 크나큰 우정을 받아주실 것을 청하는 바입니다.
편지 받고 정말 기뻤어. 하지만! 첫째, 너무 짧아. 그리고 편지 하나는 너무 진지해.
돌아가면 우리 열심히 토론하자. 미국과 우리에 대해서. 왜냐하면 내가 너를 잃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는 데 구멍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마. 네가 인생에 만족했으면 좋겠어. 이곳, 아프리카의 광활한 하늘 아래에서는, 정말이지 모든 사소한 문제들이 너무나 미미해 보이거든.
세 사람 사이를 돌아다니는 게 귀찮아서 파리로 돌아가지 않았는데, 그들이 여기로 오는구나. 불쌍한 사강... 우는 일보다 웃는 일이 많은 넌, 언제 올 거니? 네가 여기 있으면 정말 좋겠어, 멋진 집, 테라스에서 우리는 벌거벗고 햇볕을 쬐거든. 미래를 걱정하지 마, 사랑하는 플록, 미래는 신화야. 내게 편지 쓰고 여기로 와.
너도 알겠지만, 인생은 픽션을 능가하는 법이니까 모든 게 유쾌하게 섞이면 좋겠어. 네가 어디 있는지, 뭘 하는지 신께서 아시려나? 설마 임신한 건 아니지? 만약 그렇다면 빨리 돌아와. 내가 널 돌봐줄게. 그렇지 않더라도 빨리 돌아와. 네가 없으니 지루하단 말이야, 얘, 미치겠어. 네가 나를 보면 아마 변했다고, 아주 많이 이상해졌다고 생각할 거야. 소설이 나를 정화했어. 어쨌거나 돌아와, 그리고 서둘러, 농담은 충분히 했잖아!
편지 고마워, 감동했어. 걱정하지마,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불행하지 않으니까. 단지 그들은 몇가지 측면에서 자기에게서 멀어지는 이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할 뿐이야. 자기 자신의 실망보다 타인의 불행을 원하면서 말이야. 나는 조금씩 불행하지 않아, 그리고 너와 함께 있을 때 보이는 나의 타고난 명량함은 끔찍한 노력의 대가가 아니야.
슬퍼하지 마. 너무 일하지 마.
낚시한 물고기들을 바라보면서, 오늘 오후에, 나는 나의 좌우명을 찾았어. "죽든가 달아나든가."
난 지금 이 순간 네가 많이 보고 싶다고, 너야말로 내가 변함없이 보고 싶어하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해두려고 해. 사람들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덜 똑똑해. 무엇보다, 그들은 절대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야. 하지만 너는 그런 사람이지. 그건 어마어마한 힘이고, 나는 네가 오랫동안 그 마음을 간직해주기를 바라. 이건 공연한 미사여구가 아니야,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야. 우리는 한계의 한가운데에 살아가고 있어.
아아, 인생은 너무도 느리고 희망은 너무도 난폭해. 지겨워, 지겨워. 넌? 감히 말하지만, 우리가 서 있는 채로 늙어간다는 느낌이 들지 않니?
애정과 환희를 담아 프랑수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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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6월, 열여섯에 프랑수아즈 사강, 베로니크 캉피옹을 만나다.
그 후 스무살에 쓴 39통의 편지
사강의 유품에서 베로니크의 답장은 찾지 못했다. 왜 서신 교환이 끊었냐고 질문했을 때 베로니크 :
"싸운 적은 한 번도 없어요. 하지만 인생의 어느 시점에 프랑수아즈는 세상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 시작했어요. 나는 내가 그에게 불필요하다고 느꼈고, 더 만나지 않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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