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걸 1972-1974
데이지 : 누군가의 뮤즈가 되는 것엔 눈곱도 관심이 없었어요. 난 뮤즈가 아니에요. 난 특별한 사람이에요. 개똥 같은 이야기는 이걸로 끝.
더 식스의 탄생 : 1966-1972
데뷔 : 1973-1975
밥 딜런 Freewheelin' Bob Dylan / Hard Day's Night
그레이엄 : (레코딩 계약 후 로스앤젤레스 도착) 로스앤젤레스가 두 팔 벌려 우릴 환영해주는 것 같았어요. "어서 오렴, 아가들." 이렇게 말하면서. 몇 년 전에 본 티셔츠 문구가 떠오르네요. '내 미래가 너무 눈부셔서 그늘막을 쳤어.' 그 티셔츠를 입은 애새끼는 뭣 뜻인지도 모르고 입었을 거예요. 걔가 선셋 불러바드를 걸어봤겟어요? 그곳의 햇빛에 눈이 부신적이 있었겠어요? 바지 뒷주머니에 레코드 계약서를 꽂고서 제일 친한 친구 다섯 명과 나란히 걸어간 적이 있었겠느냐고요.
빌리 : (빌리의 음악에 대한 느낌) 테디는 의외의 대답을 했어요. "그건 말로 할 수 없는 거야. 설명할 수 있는 거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걸 거야." 그 말이 정말 마음에 와서 칵 박혔어요.
커밀라 : 나는 조건 없이 사람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지 않는다면 그게 믿음이라고 할 수 있나요? 안 그래요?
처음 : 1974-1975
데이지 : 태디가 말했어요. "데이지, 예술 좀 하게 완벽한 조건을 갖춰달라고 떼쓰는 건 아티스트가 아니야. 등신이지."
캐런 : 어쩌다 그런 사람을 만날 때가 있죠. 흘러가는 물처럼 사는 사람. 데이지는 흘러가는 물처럼 세상을 대했어요. 정작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안중에도 없는 사람.
넘버스 투어 1976-1977
빌리 : 누군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내게 에너지를 줄 때, 누군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내 속을 들쑤실 때 - 데이지가 내게 그랬는데 - 그 에너지는 욕구나 사랑이나 미움으로 전환될 수 있어요. 난 데이지를 미워할 때 제일 마음이 편했어요. 달리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없었어요.
롤링스톤 표지 : 세븐이 되어야 할 더 식스 (빌리 : "씨발, 지금 장난해?")
그레이엄 : 우린 마침내 독재에서 민주주의 체제가 되었어요. 민주주의는 말은 근사하게 들리지만 밴드가 어디 나라인가요?
빌리 : 솔직히 말해서 난 데이지가 곡을 쓰다 금방 진력낼 거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그녀를 과소평가한 거죠. 이쯤 해서 이 말은 꼭 하고 가야겠어요. 데이지 존스를 만만하게 봐선 안 돼요. 큰코다칩니다.
오로라 : 1977-1878
(모든 노래가 기승전커밀라여서)
데이지 : 커밀라에게 이렇게까지 목을 매는 이유가 대체 뭐예요? 커밀라가 없으면 곡을 아예 못 쓸 것처럼 굴잖아요.
(빌리의 알코올중독/약물치료 과거를 듣고)
데이지 : 세상엔 꿈을 쫓아가는 사람들만큼 악몽을 쫓아가는 사람들도 있나 봐요.
(데이지라는 유혹을 이겨낸 후 커밀라에게 간 빌리)
빌리 : 집에 와서 커밀라 옆에 누우니 집에 와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내가 본능을 이겨내는 사람이란 뜻이에요. 내 본능은 혼돈 속으로 달려들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더 현명한 머리가 날 내 여자에게 보냈죠.
데이지 : 그 당시 난 내 일에 대해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곱게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내 에고의 소용돌이 속에 갇혀 지내던 때였으니까요. 인정 욕망 때문에 정말 오랜 세월을 전전했네요. 한편으론 세상 모든 게 다 성에 안 찼던 때이기도 했어요. 당시 나는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기세였지만 자존감은 바닥을 쳤어요. 내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내 목소리가 얼마나 좋은지, 내가 어느 잡지 표지에 나왔는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어요. 이렇게 말해보죠. 70년대 말에는 커서 나처럼 되고 싶어 한 10대 여자가 정말 많았어요. 난 그 사실을 예리하게 의식하고 있었죠. 하지만 사람들이 내가 모든 걸 가졌다고 생각한 근거는 딱 하나, 그들 눈에 보이는 것을 내가 갖고 있기 때문이었어요. 그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중에 내가 가진 건 하나도 없었어요.
데이지 : 당신이랑 곡 쓰는 게 좋아요. 여러 면에서 당신이 좋아요.
빌리의 모든 면에 미칠 듯 화가 났어요. 내게서 뒷걸음질 친 것도, 날 무안하게 만든 것도. 그리고 내가 바라는 감정을 느끼지 않은 것도. 아니, 느꼈어도 인정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봐도, 화만 났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이야기는 내가 인생에서 처음 내 본질을 꿰뚫어본 남자, 날 있는 그대로 이해한 남자, 나와 너무나 많이 닮은 남자를 드디어 만났는데... 그는 날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 나는 온몸이 활활 타는 기분이었어요.
빌리 : 문득 깨달은 게 뭔 줄 알아요? 그게 뭐 대수인가, 라는 거였어요. 데이지에 대한 내 감정 말이에요. 역사는 저지른 것을 의미하지, 저지를 게 뻔한 경우, 저지를까 말까 고민한 경우는 아니죠. 그렇게 생각하니 저지르지 않은 내가 자랑스러웠어요.
데이지 : 빌리의 행동 덕분에 노래가 나온 거냐고요? 아니겠죠. 아니라는 말이에요. 하지만 이건 중요한 점이에요. 예술은 누구의 신세도 지지 않는다는 것. 곡은 감정을 담는 그릇이지, 사실을 담은 그릇이 아니니까요. 예술에서의 자기표현은 살아가며 느끼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지 경우를 막론하고 내가 느끼는 감정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에요. 내게 빌리에게 화를 낼 권리가 있었나요? 그가 잘못한 게 하나롣 있었나요? 아무렴 어때요? 아무렴 어떠냐고요. 난 상처받았고 그래서 그 감정을 노래로 쓴 거예요.
빌리 : (커밀라가 고등학생 시절 프롬 파트너와 식사를 한 걸 알아서) 정말 신경이 쓰였어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상처를 받을 때가 있는데, 좋은 사람이라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는 거예요.
나도 커밀라에게 상처를 줬어요. 하지만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완전무결한 관계, 좋은 추억, 즐거운 시간, 섹스를 뜻하는 게 아니에요. 사랑은 용서와 인내와 믿음, 그리고 이따금 맞는 청천벽력이에요. 그래서 사랑은 위험한 거예요.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할 때, 사랑할 가치가 없는 사람을 사랑할 때. 내 믿음을 저버리지 않을 사람과 함께 해야 해요. 나도 그에게 믿음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신성한 관계죠. 커밀라와 난 결혼 생활을 최우선으로 하자고 서로 약속했어요. 가족을 최우선으로 하자고 약속했어요. 그리고 최선의 방향에서 서로 믿어주자고 약속했어요. 이 정도의 믿음을 얻게 되면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죠. "난 널 무조건 믿기 때문에 네가 비밀이 있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어." 관계를 소중히 하게 돼요. 매일 그만한 믿음을 받으며 사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되새기면서. 그러다가 믿음이 깨질지도 모를 일에 마음이 동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 그게 무엇이건, 사랑해선 안 될 여자를 사랑하는 것이건, 마셔선 안 될 맥주를 마시는 것이건 - 어떻게 할 것 같아요? 그 자리에서 엉덩짝 떼고 도망쳐선 아이들과 아이 엄마를 데리고 디즈니랜드로 가요.
커밀라 : 믿음이 없다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신세나 마찬가지예요. 믿음은 삶에서 가장 큰 의미니까요. 그래서 나는 믿음을 지키는 쪽을 택했어요. 백 번, 천 번, 만 번 믿기로요. 믿었기 때문에 호되게 튀동수를 맞는 때조차도. 그리고 내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 믿는 쪽을 선택할 거예요.
데이지 : 내 어떤 이야기를 해도, 내 어떤 진실을 털어 놓아도, 니키는 다 이해해주는 것 같았어요. 이해받는다는 건 강력한 마약이에요. 난 두루 해봐서 잘 알아요.
데이지 : 그때 내게 사랑은 고문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달랐을 텐데. 그 시절에 내가 생각한 사랑은 몸이 두 쪽으로 갈라지는 아픔, 비탄으로 가득한 감정, 마음이 최악의 방향으로 달리는 레이스였거든요. 폭탄, 눈물, 피가 내가 생각한 사랑이었어요. 사랑은 날 더 가볍게 해주는 거지, 무겁게 하는 게 아닌 걸 그땐 몰랐어요. 마음이 온화해지는 게 사랑이라는 걸 몰랐어요. 사랑은 전쟁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랑의 목표는 평화라는 걸 몰랐어요.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요. 설령 알았다고 한들, 내가 과연 사랑을 기꺼이 받아들였을지, 소중히 했을지 모르겠어요.
오로라 월드 투어 : 1978 - 1979
닉 : <오로라>는 1978에 삶의 모든 순간의 배경음악이 될 만했어요. 그래서 나오기 무섭게 공룡처럼 세상을 장악한 겁니다.
데이지 : 팬에게 사인해줄 때마다 "버텨요 데이지" 라고 썼어요. 하지만 어린 여자 팬을 보면 이렇게 써줬어요. "야망을 가져, 작은 새. 사랑을 담아, 데이지"
커밀라 : 인생길을 끝까지 함께 걸어갈 사람을 누굴 택하건 상처는 받게 돼 있어요. 한 사람에게 마음을 준다는 게 원래 그런 거죠. 어떤 사람을 사랑하건 함께하면서 상처를 안 받기란 불가능하죠. 빌리 던이 내 마음을 찢은 건 셀 수 없을 만큼 많아요. 알아요. 나도 그의 마음을 찢어놓았죠. 하지만 그날 밤 (공연) 그들을 지켜봤을 때, 그날 밤도 내 심장에 금이 간 날 중 하나예요. 하지만 난 믿음과 희망에 계속 배팅하기로 했어요. 빌리는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어요.
캐런 : (낙태 전) 커밀라가 말했어요. "한편으로 네가 아이를 낳았으면 좋겠어. 난 아이가 있어서 너무 행복해졌으니까. 하지만 나는 이렇게 행복한 거고, 네가 행복하려면 다른 게 필요한 거잖아. 그게 뭐든 누리길 바라는 마음이야." 그 말에 그제야 난 울기 시작했어요. 내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이 하나는 있구나 싶어서.
카밀라 : 친구는 가장 힘들 때 나타나는 사람이에요. 손을 잡고 험난한 시절을 끝까지 함께 헤쳐나가는 게 친구예요. 인생은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거고 그리고, 내 생각이지만, 기꺼이 손을 잡을 사라을 택하는 거예요.
시카고 스타디움 : 1979.7.12
데이지 : 죽을 것 같았어요. 아내를 보는 그를 보고 있으면. 중독과 짝사랑만큼 사라을 자아도취로 모는 것도 없을 거예요. 난 이기적이었어요. 내 고통 말고는 무엇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어요.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아픈 것만 봤어요. 내 것으로 작정한 것을 훔칠 수 있었다면 상대가 누구건 칼을 휘둘렀을 거예요. 나는. 그 정도로 난 뒤틀려 있었어요.
빌리 : 무대에서 내려와선 데이지를 돌아보았찌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녀는 내게 미소 지었지만, 입 모양만 미소를 닮았을 뿐 미소가 아니었어요. 그리고 그녀는 자리를 떴고, 내 심장은 쿵 가라앉았어요. 그제야 명백해졌어요. 그동안 난 가능성에 죽자 살자 매달려 있었다는 것. 데이지라는 가능성에. 그러자 갑자기 절박해졌어요. 그 가능성을 그냥 놓아버린다는 것이. '절대 안돼'라고 말 해야 한다는 것이.
커밀라 : 그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당신은 날 그 시절로 데려다놓았어요. 내 첫사랑의 한복판에 데려다놓았어요. 실연의 고통과 희망과 다정한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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