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헐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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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한 개인의 비극적 운명을 통해 지배권력의 허상을 적 나라하게 폭로한 노벨상 수상작가의 대표작. 작가가 직접 경험한 노동수용소 생활의 하루 일상을 세련되고 절제된 필치로 묘사했다. 이반 데니소비치라는 인물을통해 힘없는 자에 대한 숭고한 애정을 보여준다. 1951년, 입소 전에는 평범한 농부였던 슈호프는 독소전에 참전했을 적에 포로로 잡힌것이 간첩으로 오인받아 조국을 배신했다는 죄목을 받고는 강제수용소에 입소한지 8년이 되었다. 어느 때처럼, 슈호프는 아침 5시 기상시간에 맞춰 일어난다. 그는 작업을 피하기 위해 의무실에 가지만 이미 의무실 정원이 다 차서 그는 밖에 나가 일을 해야 했다. 식사시간이 되자, 그는 배급받은 빵을 감추고는 작업에 나갔다. 작업은 발전소의 집과 지붕을 만드는 것이였다. 슈호프는 자질구래한 작업을 마치고는 체자리의 잔심부름 대가로 자기 몫에 체자리의 수프까지 두 그릇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그는 만족감을 느끼면서 운좋은 하루라고 생각하고는 잠이 든다.
저자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출판
민음사
출판일
1998.09.30

 

[해설 중] 

작가 알렉산드로 솔제니친 1918년에 탠어나 스탈린의 공포정치 시대와 흐루시초프의 반동 정치 시대 아래 정치적으로 억압받는 삶을 살며, 그러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겪는 다양한 비극을 작품으로 형상화한 작가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전후 병사로 소집되었으나 반소 행위를 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되어 1945-1956년까지 수용소 생활을 경험한다. 

 

[작품 개요] 

형기가 2년 남은 이반 데니소비치가 수용소에서 보내는 하루. 1942년 2월, 그가 속해 있던 부대가 포위되고 이반은 독일군의 포로가 되었다가 이틀만에 도망쳐 나오고 기적적으로 우군 군대를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포로가 되었다는 괘씸죄로 되려 수용소에 보내졌다. 10년 형량 중 8년을 보내고 있는 이반의 하루를 담은 소설. 기상 시간은 5시, 잠자리에 들어가는 시간은 10시. 그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갈까.

 

특별한 정치사상을 가져 본 적도 없는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한 인물인 슈호프의 하루를 그려 스탈린 공포시대의 상징이며 정치적 억압의 한 수단이었던 강제노동수용소의 허울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______________

 

혹한이 온몸을 움츠리게 한다. 살을 에는 차가운 공기가 슈호프를 엄습해서 기침이 나올 지경이었다. 기온은 영하 27도였고, 슈호프는 열이 37.2도였다. 자, 이젠 누가 누구를 이길 것인가?

 

이반 데니소비치는 감옥과 수용소를 전전하면서 내일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내년에 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계획을 세운다든가, 가족의 생계를 걱정하다든가 하는 버릇이 아주 없어지고 말았다. 그를 위해서 모든 문제를 간수들이 대신 해결해주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이런 것이 훨씬 마음 편했다.

 

슈호프는 고개를 들어 문득,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탄성을 올린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위로 태양이 벌써 중천에 와 있다. 일을 하고 있노라면, 시간이 어이없이 빨리 지나가고는 한다. (수용소에서의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간다는 생각이 든 것은 한 두 번이 아닌 슈호프지만, 형기는 왜 그리 더디게 지나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전혀 줄어들 기미가 없다.) 

 

발밑만 보고 걸어 다니란 말이지. 그러면, 어떻게 이곳엘 들어왔는지, 어떻게 이곳을 나갈 것인지 하는 생각을 할 시간이 없을 테니 말이야. 

 

저녁이 되어, 이때쯤 여기서 인원 점검을 받을 때, 그다음 수용소 문을 통과하여 막사 안으로 돌아올 때, 죄수들에게는 이때가 하루 중에서 가장 춥고 배고플 때이다. 지금 같은 때는 맹물 양배춧국이라 해도 뜨뜻한 국 한 그릇이 가뭄에 단비 같이 간절한 것이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단숨에 들이켜게 된다. 이 한 그릇의 양배춧국이 지금의 그들에겐 자유보다, 여태까지 살아온 생애보다 아니, 앞으로의 모든 삶보다도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저녁 식사] 

슈호프는 미리 봐 둔, 건더기가 좀 더 들어 있는 국 두 그릇이 자기 자리에 올 수 있도록 방향을 잘 조정해서 쟁반을 내려놓는다. 

 

보통, 저녁에는 아침보다 국이 더 멀겋게 마련이다. 조반을 먹이지 않으면, 죄수들을 부려먹지 못하기 때문에 아칯ㅁ은 좀 더 먹이고, 저녁은 좀 부실하게 먹이기 일쑤다. 좀 부실하게 먹였다고 죄수들의 잠을 방해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슈호프는 먹기 시작한다. 우선, 한쪽 국그릇에 담긴 국물을 쭉 들이켠다. 따끈한 국물이 목을 타고 배 속으로 들어가자, 오장육부가 요동을 치며 반긴다. 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바로 이 한 순간을 위해서 죄수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이 순간만은 슈호프는 모든 불평불만을 잊어버린다. 기나긴 형기에 대해서나, 기나긴 하루의 작업에 대해서나, 이 번 주 일요일을 다시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나, 아주 불평이 없는 것이다. 그래, 한번 겨뎌 보자. 하느님이 언젠가는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게 해 주실 테지! 

 

슈호프는 드디어 거나한 저녁 식사를 마쳤다. 그러나 빵은 남겨 두었다. 국을 두 그릇이나 먹고 빵까지 먹는다는 것은 어쩐지 분에 넘치는 일이다. 빵은 내일 몫으로 남겨 둘 필요가 있다. 인간의 배라는 것이 배은망덕한 것이라서, 이전에 배불렀던 것은 금세 잊어버리고, 내일이면 또 시끄럽게 조를 것이 뻔하니까 말이다. 

 

[잠자기 전]

오늘 하루는 왠지 모든 일이 순조로웠다. 그래서 그런지 마음도 들떠서 좀처럼 잠이 올 것 같지가 않다. 

오, 하느님. 오늘도 영창에 가지 않게 해 주신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여기서라면 그런대로 어떻게 잠들 수 있습니다. 

- 이반 데니소비치! 당신의 영혼이 하느님을 찾고 있어요. 왜 영혼이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합니까?

- 왜 영혼이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하냐고? 알료쉬카, 기도라는 건 죄수들이 써 내는 진정서와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세. 말해 봤자, 꿩 구워 먹는 소식이 도리 뿐이고, 거절당하기 십상이란 말이야!

 

슈호프는 이젠, 자기가 과연 자유를 바라고 있는지 아닌지도 확실히 모를 지경이었다. 

슈호프가 자유를 그리워한 것은 오직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단 한 가지 희망에서였다. 그런데, 집에 돌려보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슈호프는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온르 하루는 그에게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영창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사회주의 생활단지'로 작업을 나가지도 않았으며, 점심 때는 죽 한 그릇을 속여 더 먹었다. 그리고 반장이 작업량 조정을 잘해서 오후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벽돌 쌓기도 했다. 줄칼 조각도 검사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가지고 들어왔다. 저녁에는 체자리 대신 순번을 맡아 주고 많은 벌이를 했으며, 잎담배도 사지 않았는가. 그리고 찌뿌드드하던 몸도 이젠 씻은 듯이 다 나았다. 눈앞이 캄캄한 그런 날이 아니었고, 거의 행복하다고 할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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