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때론 과격한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한다. "00로 인해 00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런 방식은 고려하는 건 어떨까요?" 문장은 "장난해? 이렇게 해야지!"로 축약되며 "제 설명이 부족했어요. 다시 정리해서 말씀드리자면, A안은 이런 방향, B안은 이런 방향이며 제 의견으로는 00..."는 "왜 안 읽냐." 매우 짧게 변할 수 있다.
그렇게 서로 상처를 주고 난 따로 걸어서 퇴근하자는 유치한 통보를 했다. 그 길로 나는 회사 앞 GS25에서 낮에 본 스윙쉬라즈 와인 (6900원)을 구매했다. 점심에 편의점에 들려 "6900원이라니!" 외치는 나를 보고 "와인 창고 갈 때까지 기다려."라고 속삭인 애인에게 소소한 복수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와인을 살 걸 알았을까, 애인은 그 길로 [더솔트랩] 샤퀴테리에 가서 수제 소시지를 구매했다.
최근 업무 과중으로 손목을 다쳐 나는 와인 구매 후 손목 파스를 구매했고, 괜히 먼길을 돌아갔다. 집에 돌아가니 커리어부스트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독일 안주)가 준비되어 있었다. 서로 자연스레 화해했고 와인을 땄지만 애인은 한 입 먹고 포기했다. (어떻게 이런 와인을 먹냐며! 다시 또 싸우자는 게냐) 저렴한 와인도 '당도가 없고 무거운 바디를 지녔다면' 잘 먹는 나이기에 무려 한 병을 클리어했다. 그냥 (미치도록 가성비 좋게) 한 병을 다 마셔버려야겠다하는 그런 날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
4. 스윙쉬라즈 Swing Shiraz
전 세계 1600개 브랜드를 보유한 폴 부티노 와인 그룹에서 생산
보랏빛 도는 짙은 빨간색, 블랙베리, 블랙커런트 - 쉬리즈 특유의 스파이시향이 특징
당도 : 매우 낮음
바디 : 무거움
타닌 : 매우 높음
함께 한 안주 :
커리어부스트, 치즈프라이즈
감자튀김은 초대용량으로 구비해두니 자주 먹게 된다. 치즈 가루 톡톡 (사실 쏟아붓고) 올리면 얼마나 맛있게요!
데이지
daisy@ohmy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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