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헐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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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들인 후 1일 1 왕가위를 실천하기로 했다. 엄청났던 화양연화 후 이어서 보기로 한 작품은 아비정전.

30대 때 보라 하여 정말 기다려서 본 화양연화

왓챠에서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왕가위 트릴로지 중 1편, 아비정전

 

 

참고로 아비정전 (1990) > 화양연화 (2000) > 2046 (2004) 순서로 보는 걸 다들 추천하는데 이러한 이유는 같은 1960년대라는 배경을 공유하고, 연결점을 찾는 재미 또한 느낄 수 있기 때문. 이 세 작품이 '왕가위 트릴로지'라고 불린다. 3편을 연달아보면 배우들의 나이 듦도 함께 느낄 수 있어 더 애틋하지 않을까 싶다. 

 

겹치는 배우들만 정리해보자면 : 

아비정전 : 장국영, 장만옥, 유가령, 유덕화 / 조연 양조위 

화양연화 : 장만옥, 양조위 /  조연 소병림

2046 : 유가령, 양조위, 장만옥 / 조연 소병림

 

그러나 나와 같이 '대중적인' 취향을 가지신 분께는 화양연화 > 아비정전 > 2046 (은 저도 아직이지만) 순서를 조심스레 추천한다. 나름의 근거 있는 이유를 대자면..! 아비정전이 상영 당시 처절하게 망했기 때문이다. [열혈남아] 흥행 후 차기작 [아비정전]에서 예술적 통제권 100%를 위임받아 최고 스타들을 캐스팅하였으나 완성된 시나리오 없이 최소한의 설정으로 즉홍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갔다고 한다. 서사의 재미보다는 왕가위의 작품들을 깊이 있게 볼 때 더 멋지게 다가올 [아비정전]. 

 

 

[왕가위 인터뷰 집 중] 


첫 상영이 시작됩니다. 감독님은 그 자리에 계셨죠. 그리고 영화가 만족스러우셨다고요.
네, 하지만 다른 반응도 느껴졌죠.

언제쯤부터?
초반부터요. 영화 시작 때는 다들 좋은 분위기였고, 특히 처음 10분 동안이 그랬습니다. 장만옥과 장국영이 나와 서로 마음을 떠보는데 꽤 귀여운 장면이잖아요. 그런데 나중에 불편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사람들이 슬슬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거든. (웃음) 영화가 끝나고 불이 들어왔을 때 아주 조용했고, 그건 누가 봐도 좋은 침묵은 아니었어요. 담배를 피우며 밖에 나와 있는데 진짜 조용했어요.

 

타격이 너무 큰 나머지 제작사까지 쫄딱 망했다고 한다. 원래 아비정전은 2부로 기획되었으나 속편은... 무산되었다. 

 

 

줄거리 

이끌림, 쾌락, 가벼움을 쫒는 아비 (장국영). 도박장 매표소에서 일하는 소려진 (장만옥)을 매일 오후 3시에 찾아가 유혹한다. 만남을 이어가며 연인이 되고, 소려진은 "나와 결혼할 거야?"라고 질문한다. 관계의 구속을 피하는 아비는 비혼의 생각을 내비치고, 가정을 꾸려 안정적인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던 소려진은 충격을 받은 채 아비를 떠난다. 그리고 아비는 클럽에서 댄서로 일하는 쾌활한 루루를 만나게 된다. 함께 가볍고 쾌락만을 쫒는다고 생각했지만, 이별 후 아비를 잊지 못해 찾아온 소려진과 마주치며 조금씩, 진실된 사랑을 아비에게 요구하고 아비는 다시 한번 루루를 떠난다.

 

그 후 아비는 양엄마로부터 필리핀에 있는 친엄마의 주소를 받아 무작정 떠나게 된다. 남겨진 소려진은 아비를 잊지 못해 서성이다가 경찰(유덕화)와 자주 마주치며 위로를 얻게 되고 아비의 친구에게 구애받은 루루는 그를 거절하고, 아비를 찾으러 필리핀으로 향한다.

 

선원이 된 경찰(유덕화)을 필리핀에서 만난 아비. 친엄마가 만남을 거부하여 결국 만나지 못하고 필리핀을 뜨기 위해 위조 여권을 만들다가 패싸움에 엮이게 된다. 유덕화와 함께 전철로 도망가다가 아비는 총에 맞아 숨을 거두게 된다. 마지막 장면은 거울을 보며 외출 준비를 하는 양조위. 뜬금없는 마지막 장면은 아비정전이 속편을 염두하고 제작되었기에 나왔다고 한다. 양조위와 소려진 그리고 루루를 그리려고 했다고 한다. 

 

 

 

아비정전 명대사

아비와 소려진

"오늘 밤 꿈에 날 보게 될 거예요."

"1960년 4월 16일 3시 1분 전, 당신과 여기 같이 있고 당신 덕분에 난 항상 이 순간을 기억하겠군요. 이제부터 우린 친구예요. 이건 당신이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죠. 이미 지나간 과거니까."

"어젯밤 꿈에 당신 본 적 없어요."

"물론이지, 한 숨도 못 잤을 테니."

"그냥 같이 있고 싶을 뿐이에요."

"지금 이 순간이란 말하지 말아요. 난 순간이란 정말 짧은 시간일 줄 알았는데 때로는 오랜 시간이 될 수도 있더군요."

"말해둘 게 있는데, 지금 통곡해야 할 사람은 당신이에요. 난 이제 멀쩡해."

 

 

 

아비와 루루

"행복하게 사는 게 제일 중요한 거예요."

 

 

 

아비

 

"발 없는 새가 있지. 날아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 대. 평생 딱 한 번 땅에 내려앉을 때가 있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야."

'어머니가 나를 거절했으니, 나도 어머니에게 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내가 정말 사랑한 여인이 누군지 평생 모를 거라고. 지금 그녀가 그립군."

 

"이게 내 인생의 마지막 장면이 되는가. 죽을 땐 눈을 감아야겠군. 당신은? 생이 끝날 때 뭘 보고 싶을 것 같아?"

 

 

소려진과 루루 모두 공허한 아비의 마음을 채워주지 못한다. 아비는 새가 되어 떠돌다가 세상을 떠나고 만다.

 

애착 회피형 인간이 어떻게 타인과 스스로를 지옥으로 밀어 넣는지 보여준다 -라고 하면 영화의 명성 대비 너무 시시한 평가일까. 한 사람을 구성하는 상처와 사랑의 역사를 함부로 재단할 수는 없겠지만, 회피형 사람이 곧 수많은 애착형, 불안형 사람들을 양산한다고 믿기에 난 그저 '불쌍한 아비'라는 공감대 형성이 어려웠다. 아비와 같은 캐릭터가 그렇게 사는 것은 신경 쓸 바가 아니지만 감히 안정적인 사람을 유혹하지 마-라고 욕하는 마음을 보는 내내 억눌렀다. 수려진과 루루처럼 회피형 인간을 사랑하여 바닥까지 내려가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일까. 마음을 바라는 일은 우리가 알아채지 못한 채 삶의 방향을 바꿔놓을 때가 많다. 아비의 '애정 성향'을 떼고 본다면, 기댈 곳이 없는 홍콩인들의 아픔을 아름다운 장면, 음악, 멋진 배우들의 젊은 나날들을 통해 본 것만으로도 멋진 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다음은, 네. 2049 리뷰로 돌아올게요. 

 

 

 

 


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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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sy@ohmy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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