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헐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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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삼일절 연휴, 마마님께서 제주에 오셔서 3박 4일을 함께 보냈다. 하필이면 비 강풍이 몰아쳐서 엄청나게 많은 영화 (무려 8편)를 보았다. 평소에는 '볼 게 없어!'를 시전 하다가 차라리 책을 읽던 나였는데 어쩜 이리 좋은 작품만 골라봤을꼬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 블로그에 남긴다. 본 포스트의 타이틀이 '엄마랑 보기 좋은'이 들어간 이유는 말 그대로 너무 잔인하거나, 유치하거나, 야하거나 - 가족과 보기 어려운 작품들이 아니기 때문. 엄마가 카스에 남긴 짧은 평가도 함께 남긴다. 

 

 

 

1. 산이 울다 wavve

딸의 평가 : 보다가 '개새끼' 욕이 나와버려 엄마를 놀래켰다. 아이 납치가 아직도 흔하다는 중국. 시간과 삶은 슬프게도 계속 흘러간다. 중국 영화 특유의 권선징악, 사필귀정 결론이 너무 현실적이라 더욱 슬펐다. 

 

엄마의 평가 : 1984년 중국  타이항 산맥. 숨이 멎을 정도로 풍경이 아름답다. 혀가 잘린 후 납치되어 여기저기 끌려다니는 주인공의 지난한 삶과 사랑 이야기. 

 

 

 

 

 

2. 로즈 wavve

딸의 평가 : 아일랜드와 영국 관계를 몰랐기에 더욱 흥미로웠던 배경. 로즈의 친절한 내레이션 덕에 희망, 분노, 절망, 안도감을 두루 느낄 수 있다. 루니 마라의 필모를 전부 보고싶어졌다. 

 

엄마의 평가 : 영국과 아일랜드 분쟁 시기에 터진 2차 세계대전. 니편내편 나눠지는 마을. 결혼한 사람의 눈빛만 볼 수 있는 남성우월주의 사회, 천주교와 기독교의 새력다툼. 신부의 비틀린 사랑과 분노로 인해 50년간 정신병원의 갇힌 로즈의 진실 찾기 과정. 포기하지 않는 삶, 사랑을 지키려는 눈빛과 몸짓 그리고 월광. 

 

 

 

 

3. 소년 시절의 너 naver

딸의 평가 : 중국판 수능과 학폭의 실태에 너무 놀랐다. 행복하기에도 짧은 시절이 저렇게 아프게 흘러가다니. 본인의 행동을 인지 못하고 있는 학생부터 본인 아이만 감싸고 보는 부모까지 전부 필히 시청하면 좋겠다. 내 사랑 주동우의 연기력은 역시나 최고였다. 

 

엄마의 평가 : 중국 학폭의 민낯의 고발. 남의 나라의 이야기 만은 아니다. 좋은 어른의 본보기가 많아지는 세상이 되기를.

 

 

 

 

4. 세자매 naver

딸의 평가 : 어릴 적의 폭력으로 빛 잃은 세자매의 삶이 너무 기구하여 눈가의 주름이 잡힌 채 볼 수밖에 없었던 영화. 유엔 아동권리 협약서에 담긴 문장을 이곳에 옮긴다. "가정은 사회의 기본적인 집단이며 특히 아동의 발달과 행복을 위한 천 연의 환경이므로 공동체 안에서 가정이 본연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보호와 도움을 받아야 함을 확신한다. 조화로운 인격 발달을 위해 아동은 가족 환경과 행복, 사랑과 이해 속에 서 성장해야 함을 인정한다."

 

엄마의 평가 : 어렸을 적에 당한 폭력은 그 이후의 삶을 힘들게 만든다. 폭력의 잔해들과 그의 영속성으로 인해 피폐된 세 자매의 삶과 화해. 많이 울었다. 

 

 

 

 

5. 시간여행자의 아내 naver

딸의 평가 : 어떠한 해결책도 없는 현실적인 (타임슬립 자체가 비현실적이지만) 엔딩이라 불만족스럽지만 이쁘고 잘생긴 배우 케미 때문에 울고 웃었다. 조금 더 탄탄한 스토리로 리메이크되면 명작오브명작이 될 듯. 

 

엄마의 평가 : 내 삶의 어느 순간에 들쑥날쑥 찾아와도 '널 사랑해'가 가능할까. 

 

 

 

 

 

 

6. 서약 wavve

딸의 평가 : 서로 읊은 결혼식 서약을 다이어리에 옮겨 적었다. 

Paige: "I vow to help you love life, to always hold you with tenderness and to have the patience that love demands. To speak when words are needed and to share the silence when they're not, and to live within the warmth of your heart and always call it home."
Leo: "I vow to seriously love you, in all your forms, now and forever. I promise to never forget that this is a once in a lifetime love."

 

엄마의 평가 : 불의의 사고로 5년간의 결혼 이전의 삶만 기억하는 아내. 실화바탕이라니. "그대가 날 잊는다 해도 그댄 내 사랑" 달달하다. 남편의 인내심의 물개 박수. 

 

 

 

 

 

7. 도굴 naver

딸의 평가 : 영화관 아닌 집에서 보기 괜찮은 킬링타임 영화. 신혜선 언니 쵝오! 

 

엄마의 평가 : 포스터 카피 '주인 없는'가 마음에 안든다. 왜 주인이 없냐. 믿고 보는 조우진 만으로 굿. 

 

 

 

8. 페인 앤 글로리 wavve

딸의 평가 : 이 영화를 명작이라고 평가하기엔 내 삶의 경험이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더군다나 난 알모도바르 감독을 몰라... 그러나 엄마의 풍부한 관람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엄마의 평가 : 스페인 영화감독 거장 페도르 알모도바르의 자전적 영화. 무기력한 노년을 일으켜 세운 건 과거와의 화해. '상처는 상처이고, 삶은 삶이다'로 승화한 고통이 결국 글로리가 되는 나의 듦의 최고점 아닐까. 

 

 

 


데이지

오마이라이프 인스타그램 | 북스타그램 | 유튜브

daisy@ohmy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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