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헐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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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진 문장 하나. "인내심이란, 단순히 잘 버티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동안 좋은 태도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능력을 말한다." 좋았던 상태보다는 아니었던 상태가 특히 기억에 남는 법일까. '언제든 기억에 소환되면 이불을 걷어 찰' 기억들이 내겐 너무 많다. 그렇기에 늘 '좋은 태도를 쭉 유지하는' 상태를 늘 갈망한다. 너무 좋았다가 너무 나빠지는 것도 늘 조심해한다. 미지근하게 오래 좋은 게 좋다. 그런데 이것도 버티는 걸까? 오늘을? 삶을?

 

월요일 전 일요일 저녁, 좋은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손톱에 봉숭아를 물들이고 모델링팩을 하며 고민해보았다. 미끄러질 때도 많지만 좋은 태도를 유지하는 건 정말 도가 텄다. 날 기분 좋게 하는 작은 장치들이 여럿 있고, 날 기분 좋게 하는 생명체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난 무엇을 버티고 무엇을 인내하는 거냐고. 

 

줄리&줄리아 영화를 혹시 보셨는가? 주인공 9.11 테러 CS를 맡은 말단 공무원 줄리는 유명한 프랜치 쉐프 줄리아의 요리책 내 524종의 레시피를 365일 동안 만들어보는 미션을 진행한다. 실패할 때마다 엉엉 무너지며 미션을 위한 미션만이 남고 예민함을 받아줘야만 하는 지친 남편 만이 아슬아슬하게 곁에 있을 뿐이다. 성공했을 때 "줄리아가 날 구원했어."라고 하지만, 스윗한 남편은 "넌 스스로 구원했어."라고 답한다. 

 

줄리는 '작가되기 꿈'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기 위해 어떻게든, 뭐라도 써보자 (블로그에)로 시작했었다. 즉, '목표' 그리고 '버틸만한 상황'을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그렇게 목표로 인해 무너지는 줄리가 부럽기만 했다. 나는 목표 없이도 자주 무너지는 걸. 이왕 늘 무너지고, 이왕 '무엇을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늘 인내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목표를 갖자라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고, 고양이를 사랑하고, 일도 죽어라 하고, 매일 이렇게 저렇게 웃고는 있으나 목표를 갖자라는 생각. 압박이 싫어 정량적인 목표를 삶에서 제거했더니, 모든 것에서 늘 버티고 있는 나 자신 만이 남을 뿐이었다. 

 

목표를 갖자. 그래서 어떤 목표를?

 

 

 

 

 


 

데이지

오마이라이프 인스타그램 | 북스타그램 | 유튜브

daisy@ohmylif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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