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헐의 블로그

728x90
반응형

 

📖북스타그램(@ohmylife_books)을 운영하나 마케팅 서적은 언제든지 밑줄 그었던 문장과 끄적인 메모를 꺼내볼 수 있도록 블로그에 정리합니다.

 

저자

TBWA 7년차 카피라이터 오하림. TBWA를 알게 된 건 박웅현 님의 [여덟단어], [책은 도끼다], [다시, 책은 도끼다], [생각수업],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안녕 돈키호테]를 읽고 나서였고 그 후 김민철 님의 [우리 회의나 할까], [하루의 취향], [모든 요일의 기록], [모든 요일의 여행], [치즈 : 치즈 맛이 나니까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를 쭉 읽었고, 아, 유병욱 님의 [생각의 기쁨]도 있다. 생각해보니 [힘 빼기의 기술], [말하기를 말하기] 김하나 님도 있다. 아니, TBWA에 들어가면 꼭 책을 쓰게 되는 건지? (그러고 보니 문장이 담백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TBWA라고 하면 무조건 책을 집게 되는 반사신경이 생겼다.  그렇게... 오예림 님의 책도 장바구니(물론 회사 책)에 자신 있게 넣었다. 

 

책 소개

7년차 카피라이터 오하림 님은 생일 때마다 지난 한 해동안 만난 멋진 문장을 책으로 엮어 친구들에게 선물한다. 연례행사처럼 만든 책이 세상에 나왔다. 작가가 20대부터 예능, 영화, 인터뷰, 광고, 시상식 등에서 우연히 만난 그를 '말해주고', '끄덕이게 하고', '생각에 바지게 만든' 문장을 소개하며 그의 생각을 함께 담았다. 소개하는 문장 당 2~3 페이지의 짧은 에세이 형태. 말수가 적지만 '스피커가 안을 향하는' 깊고 담백한 친구의 생각을 몰래 읽는 느낌이 든다. 만약 그가 매년 만난 문장들을 책으로 아니 블로그에라도 연재해준다면 평생 구독하고 싶을 정도로 가까이 두고 계속 읽고 싶은 글이다. 

 

+ '소제목'들이 특히 좋았다. 글 한 꼭지를 읽고 다시 소제목과 소개된 문장을 읽으며 한참을 끄덕였다.

 

[나를 말해주는 문장]
세상엔 스피커가 안을 향하는 사람도 있다 | 받아들이면 담담해진다 | 취미를 고민하는 게 취미였던 사람 |
10년 쓸 테이블을 고르면서 10년의 행복까지 가늠해본다 | 능동적인 마침표를 찍고 싶습니다 | 대안은 많다 |
슬퍼할 줄 아는 것의 힘 | 진열된 것들로부터 지켜내는 취향 | 오늘을 살아가세요 | 도덕책에서 배운 것들

[나를 끄덕이게 한 문장]
누구에게나 처음이라는 위로 | 그의 ‘굿모닝’ 한마디로 나는 좋은 아침이 된다 |
설명을 하는 것과 그림을 그려주는 것 | 어떤 말의 힘 | 아무것도 아닌 건 아무것도 아니야 |
타인에 대한 판단은 나를 통과한 결과물이다 | ‘과정’이라는 선물 | 생각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습니다 |
‘네/아니오’로 대답할 수 없는 것들 | 5분 뒤의 나는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 |
친구를 사귀면 그 친구의 세상만큼 덜 편협한 인간이 된다 | 앞뒤 없는 마음보다 강력한 스킬은 없다 |
모니터 뒤에 사람 있어요 |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해방된다 | 부끄러워해야 할 민낯은 어느 쪽일까? |
함께 이야기하며 변화하는 우리 | 지지받는 창작자의 늪 | 정신력은 아무런 힘이 없다

[나를 생각에 빠지게 만든 문장]
'다음'은 다음에 | 연애, 비효율의 끝판왕 |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건 성장할 때가 되었음을 의미한다고 |
'정의'는 무엇인가 |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 내일은 부디 더 큰 실패를 |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
언제나 저는 주인공이었어요 | 지루하게 선명하기보다는 흐릿해도 흥미롭게 | 불안, 우리를 키우는 에너지 |
좋은 어른이 무엇인지 본때를 보여주자 | 정말 중요한 것은 숫자밖에 있다 | 소수를 대하는 방식에 대하여 |
전시하는 몸에서 기능하는 몸으로 | 나는 내 인생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 |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책 제목에는 이유가 있다. 책 속의 모든 문장들은 나를 움직인 문장들이다. 나의 감정을 움직였고, 나를 당장 행동하게도 했다. 하나의 진리만 알던 나의 생각을 바꿨던 문장도 있고, 나를 반성하게 만든 문장도 다수다. 이렇게 평범한 문장들이 모여 이렇게 한 사람을 바꾸고, 움직이고 변화시키기도 한다.' - 서문 중 

 

인용된 글 중 북마크

난 말주변이 없어서 상대를 초조하게 만들어. 혼자만의 시간이 많았던 탓일까? <영화 더 코다이 패밀리>

겨울의 추위는 힘들지만 춥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음식도 있다. 추위도 소중한 조미료 중의 하나다. <영화 리틀포레스 트 2015>

 

Q. 어떤 어른이 되고 싶어요?

A. 솔직하고 착하고 용감한 어른이 되고 싶어요. 용감하면 누구한테든 말할 수 있고, 착하면 상냥하게 말할 수 있고, 솔직하게 뭐든지 다 솔직하게 말할 수 있으니까. <예능 유퀴즈온더블럭 어린이 인터뷰 중>

 

연애를 시작하면 한 여자의 취향과 지식, 그리고 많은 것이 함께 온다. 그녀가 좋아하는 식당과 먹어본 적 없는 이국적인 요리. 처음 듣는 유럽의 어느 여가수나 선댄스의 영화. 그런 걸 나는 알게 된다. 그녀는 달리기 거리를 재주는 새로 나온 앱이나 히키코모리 고교생에 관한 만화책을 알려주기도 한다. 한 여자는 한 남자에게 세상의 새로운 절반을 가져온다. 한 사람의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편협하기 때문에 세상의 아주 일부분 밖에는 볼 수 없다. 인간은 두 가지 종교적 신념을 동시에 믿거나, 일곱 가지 장르의 음악에 동시에 매혹될 수 없는 것이다. 친구와 동료도 세상의 다른 조각들을 건네주지만, 연인과 배우자가 가져오는 건 온전한 세계의 반쪽에 가깝다. 그건 너무 커다랗고 완결되어 있어서 완전하게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녀가 가져오는 세상 때문에 나는 조금 더 다양하고 조금 덜 편협한 인간이 된다. <1박 2일 유호진 PD>

 

영화가 세상을 변화시킬 능력은 없겠지만, 영화를 보며 수다를 떨다 보면 우리 스스로의 고정된 생각을 변화시킬 수는 있다고 믿습니다. 세상은 영원히 옳은 나와 이상한 너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이야기하며 변화하는 우리로 구성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예능 방구석 1열 변영주 감독 하차 소감 중>

 

존경하는 부모님들, 곧 자녀들의 시험이 시작됩니다. 부모님들이 매우 걱정하는 것도 알고 있고, 아이가 시험을 잘 보길 바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험을 볼 아이들 중에는 수학이 전혀 필요 없는 영화배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영문학의 역사가 전혀 필요 없는 사장님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화학 점수가 필요 없는 음악가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고, 물리 점수보단 체육 점수가 중요한 스포츠맨이 될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만약 아이가 좋은 점수를 받는다면,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겠지요. 하지만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한다고 해서 아이가 자기 평가와 자존심을 잃지 않도록 "걱정하지 마, 이건 시험일뿐이잖아"라고 이야기해주세요. 아이에겐 앞으로 살아가면서 시험 성적보다 더 중요한 일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시험 성적이 어떻든 아이를 항상 사랑하고 아이에게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세요. 그리고 나중에 아이가 어떻게 세상을 살아나가는지 지켜봐 주세요. 단 한 개의 시험이나 성적이 아이의 재능이나 꿈을 짓밟을 수는 없습니다. 꼭 의사나 엔지니어가 행복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마세요. 최고의 축복이 함께하길. 교장으로부터. <한 러시아 학교의 가정통신문> 

 

밑줄

이 이슈는 그다음 날 점심을 먹을 때 본격적으로 등판했다. 다들 코에서 뜨거운 김을 훅훅 불어내며 흥분해 있을 때쯤 팀장님이 말씀하셨다. 그건, “우리를 배려해 준 말이 아닐까.” 그간의 해석과는 정반대의 의견에 나는 우선 화를 덜어내고 천천히 생각해 보았다. 그래, 그 사람의 의도는 그가 아닌 이상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그럼 내가 판단한 건 뭐였던 거지? 그때 리틀포레스트의 대 사가 떠올랐다. ‘남의 단점이 보인다는 건, 나에게 그런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 나는 별거 아닌 그 한마디도 나쁘게 해석해버렸다. 아마 나라면 그런 말은 남의 기분을 나쁘게 하기 위해 했을 거라는 생각을 거쳐 내린 판단이었다. 물론 실제로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하기 위해 어떤 말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그 말을 한 사람만 안다. 결국 '그 사람은 이런 생각으로 말했을 거야'라는 것은 '나라면 이런 마음으로 말했을 거야'와 같은 말이었다. 부끄러웠다.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은 결국 내 멋대로 하는 판단이었다. 그 일 이후 모든 타인에 대한 판단은 나를 통과한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사람들을 모른다고 인정해야 한다. 과거의 결과를 앞으로의 창작 활동의 근거로 사용한다면, 답습만 계속될 뿐이다. 물론 적지 않은 비용이 걸려 있고, 실패해선 안 된다는 걱정은 늘 함께하지만 새로운 것,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과거의 답습으로 찾는 행위가 더 위험한 것 아닐까?

 

불안은 우리를 키운다. 불안한 마음은 항상 우리를 불안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우리는 예전부터 한 '사람'이 휠체어를 탄 모습을 보는 게 아니라, '휠체어'를 탄 사람을 바라보고 있진 않았을까? 장애인, 사회적 약자, 피부색이 다른 다문화 가정을 이야기할 때 그들이 저기 맞은편에 있다고 여기는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어야 하는 것은, 아무도 의문을 갖지 않는 모두가 다를 것 없이 함께하는 일상이어야 할 것이다. 

 

 


데이지

오마이라이프 인스타그램 | 북스타그램 | 유튜브

daisy@ohmylife.co.kr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