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지헐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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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인간이 창조한 괴물의 이야기를 그린 과학소설의 고전 『프랑켄슈타인』. 19세기의 천재 여성 작가 메리 셸리가 열아홉 살의 나이에 펴낸 작품으로, 영화와 연극, 만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재생산된 유명한 공포소설이다. 과학기술이 야기하는 사회적, 윤리적 문제를 다룬 최초의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무생물에 생명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물리학자 빅토르 프랑켄슈타인. 그는 시체로 만든 괴물에 생명을 불어넣지만, 자신이 만든 피조물의 괴기스러운 형상에 경악해 도피해버린다. 무방비 상태로 세상에 나타난 괴물은 추악한 자신을 만든 창조주에 대한 증오심으로 복수를 꾀하는데…. 작가는 여러 겹의 액자 형식과 다양한 구성으로 깊이 있는 서사 구조를 선보였다. 이번 한국어판은 1818년 초판을 번역 대본으로 삼았다.
저자
메리 셸리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2.06.18

 

[로버트 > 마거릿 편지] 

마음을 차분하게 진정시키는 데는 역시 흔들리지 않는 목표만한 것이 없나봅니다. 영혼이 하나의 초점에 지성의 눈길을 고정시킬 수 있으니까요. 

 

사랑하는 마거릿 누님, 그러니 이제 저도 뭔가 위대한 목적을 성취할 자격이 있는 게 아닐까요? 안온과 사치 속에서 인생을 흘려보낼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저는 제 인생길 앞에 부富가 흩어놓은 그 어떤 유혹들보다 영예에 더 마음이 끌렸습니다. 

 

하지만 꼭 웃고 싶으시다면, 제 표현에 배어나는 따스함을 보고 미소 지어주세요. 날마다 뜨거운 찬사를 바칠 이유를 저는 새록새록 찾아내고 있으니까요. 

 

[프랑켄슈타인] 

나는 현실 세계와 관련된 사실을 탐구하는 일이 즐거웠다. 반면 그녀는 시인들의 신기루 같은 창조물을 좇느라 분주했다. 내게 세상은 비밀이었고, 나는 그 비밀을 알아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세상은 텅 빈 여백이어서, 자기만의 상상력으로 그 여백을 채우고자 갈망했다. 

 

그때는 무심함을 죄악으로 간주하고 내게 잘못을 묻는 아버지가 부당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게 비난의 여지가 없지는 않다고 보았던 아버지가 옳았다고 호가신한다. 완벽한 인간은 언제나 차분하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해야 하고, 정념이나 찰나의 욕망에 휘둘려 마음의 평정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 지식의 추구가 이 법칙의 예외가 된다고 생각지 않는다. 지금 매진하고 있는 공부가 사랑하는 마음을 약하게 하고 어떤 연금술로도 합성할 수 없는 소박한 즐거움을 아뀌는 취향알 망가뜨리려 한다면, 그 공부는 분명 불법적이며 인간의 정신에 맞지 않는 것이다. 이 법칙이 항상 준수되었다면, 그리하여 어느 한 사람도 가족의 애정이 주는 평온을 깨뜨리는 목적을 추구하지 않았다며나, 그리스는 노예국가로 전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카이사르는 나라를 삼키겠다는 야욕을 갖지 않았을 것이요, 아메리카는 좀 더 서서히 발견되어 멕시코와 페루 제국은 파멸을 맞지 않았을 것이다. 

 

[동생이 죽자 앙리의 위로]

우리는 이제 더이상 그애를 불쌍하게 여겨서는 안 돼. 살아남은 사람들이 가장 괴로운 법이야. 시간밖에는 아무 위로가 없으니까. 죽음은 악이 아니라든가, 인간의 마음은 사랑하는 대상의 영원한 부재 앞에서도 절망을 극복한다는식의 스토아학파의 주장을 강요할 수는 없는 법이지. 카토(로마시대 스토아철학자)마저도 동생의 시신 앞에서는 흐느꼈으니까.

 

[유스틴과 엘리자베스의 대화]

유스틴 - 울지 마세요. 더 좋은 생각을 생각하라고 격려해주고, 불의와 분쟁으로 점철된 이 세상의 치졸한 관심사를 초월하게 해주셔야죠. 내 훌륭한 친구인 아씨가 저를 절망으로 몰아넣으시면 안 돼요.

엘리자베스 - 슬프게도, 불행이 너무 깊고 쓰라려서 위로의 여지가 없구나. 희망이 없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내 사랑하는 유스틴에게, 하느님이 체념과 이승을 초월하는 자신감을 내려주시기를. 아아! 이 세상의 가장과 허식이 진절머리나. 한 사람이 살행당하고 또다른 사람이 고문과도 같은 괴로움 속에서 생명을 잃어가는데, 집행관이라는 사람들은 죄 없는 사람의 피가 아직 묻어 있는 손으로 위대한 일이라도 한 양 뻐기겠지. 이런 걸 '응징'이라고 부르면서. 혐오스럽기 짝이 없어! 응징을 한다는 말은 곧, 최악의 독재자가 가장 잔인한 복수를 위해 고안한 것보다 훨씬 더끔찍하고 소름 끼치는 처벌을 한다는 말이니까. 

 

[빅토르]

스스로 만족스럽게 과거를 회상하고 새로운 희망의 약속을 거두어들이는 맑은 양심의 자리를 회한과 자책이 차지해, 어떤 언어로도 묘사할 수 없는 생고문의 지옥으로 나를 몰아넣고 있었다. 이런 심리 상태가 최초의 충격에서 완전히 회복한 내 건강을 다시 좀먹었다. 나는 사람들을 피했고 기쁨이나 만족을 표하는 모든 소리가 고문 같기만 했다. 고독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깊고 어둡고 죽음 같은 고독만이. 

 

아! 어째서 인간은 짐승보다 훨씬 우월한 감수성을 가져싸고 자랑하는 것일까? 그로 인해 훨씬 유약하고 의존적인 존재가 될 뿐인데. 우리의 욕망이 굶주림, 갈증, 그리고 성욕에 국한되었다면 거의 완전한 자유를 만끽하는 존재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바람 한줄기, 우연한 한마디, 아니면 그 말로 전달되는 풍경 하나하나에 흐늘리지 않는가. 

 

(광막한 자연을 보고서는) 슬픔에 가득찼던 내 심장은 이제 환희 비슷한 감정으로 벅차올랐다. 그래서 이렇게 외쳤다. "방황하는 정령들이여. 진정 비좁은 잠자리에서 쉬지 않고 이 세상을 헤매고 있다면, 내게 이 희미한 행복만은 허락해주시오. 아니면 차라리 삶이라는 기쁨에서 나를 데려가 기롱무로 삼아주시오." 

 

[괴물]

우울한 생각을 쫓아버리려 애썼지만, 앎과 함께 슬픔은 커져만 갔다. / 지식의 본질이란 얼마나 희한한 것인가! 일단 마음을 사로잡으면 마치 바위에 이끼가 끼듯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가끔은 생각과 감정을 모두 떨쳐버렸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그러나 고통의 감각을 초월하려면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바로 죽음이었다. 죽음은 내가 두려워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는 상태였다. 

(오두막 가족들의 사연을 빅토르에게 해준 후) 그 이야기는 사회적 삶에 대한 가르침을 주었는데, 그것은 미덕을 우러러보되 인류의 악덕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빅토르와 엘리자베스] 

슬픔에 젖어 있군, 내 사랑. 아! 내가 겪은 일, 내가 앞으로 겪어야 할 일을 네가 안다면, 아마 적어도 오늘 하루 내가 허락받은 이 고요와 절망으로부터의 해방감을 만끽할 수 있도록 애써줄 텐데.  / 행복해야지, 소중한 빅토르. 어떤 일도 네 마음을 어지럽히지 말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내 얼굴에 생기발랄한 기쁨이 떠오르지 않더라도 마음만은 깊이 만족하고 있으니 안심해. 우리 앞에 열려 있는 장래의 꿈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고 마음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속삭이지만, 그렇게 불길한 말에 귀기울이지는 않을 거야. 

 

[엘리자베스의 죽음을 조사하지 않는 치안판사를 욕하는 빅토르]

세상에, 이럴수가. 자신이 지혜롭다는 오만에 차 있지만 사실은 얼마나 무지한 위인인가! 그만둬.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로버트]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우리 모두 파멸을 맞지 않는다면 귀향하는 데 동의했습니다. 비겁과 우유부단에 의해, 제 소망이 이렇게 시들어갑니다. 무지와 낙심을 안고 돌아갑니다. 이런 부당함을 인내심으로 견디기 위해서는 제가 품은 것보다 더 많은 철학이 필요합니다. 

 

[빅토르 > 로버트]

안녕 윌턴! 평온함에서 행복을 찾고 야심을 피하세요. 겉보기에 아무 죄가 없어 보여돋 과학과 발견에서 이름을 높이고자 하는 마음이라면, 그런데 이런 말을 제가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나야 이런 희망을 품었다가 실패했지만, 다른 사람은 성공할 수도 있는데. 

 

 

 

책 : 실낙원,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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