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가 50대에 만난 30살 연하의 젊음 남자와의 이야기를 담은 매우 짧은 책. 20년 전에 쓰다 만 원고를 발견하여 완성 후 작년에 출간한 작품이다.
이슬아 작가의 추천사 중 : 아니 에르노로부터 시선의 권위를 배운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무뎌진다고 착각하기 쉬운 온갖 욕망을 사치스럽게 다루는 법도 배운다. 유감스럽게도 쾌락과 고독은 함께 간다. 쾌락이 두 개면 고독도 두 개가 된다. 그러므로 쾌락은 마음 아픈 일이다. 그러나 어떤 작가들은 쾌락 속에 지식이 있음을 안다. 그들은 끝까지 가보고 싶은 이야기를 알아보고 그것을 겪기도 한다.
내가 쓰지 않으면 사건들은 그 끝을 보지 못한다. 그저 일어난 일일 뿐.
그는 나를 내 세대에서 빼내주었지만, 나는 그와 같은 세대에 속할 수는 없었다.
30년 전이었다면 나는 그에게 등을 돌렸을 것이다. 그 시절 나는 남자에게서 서민 계층 출신이 나의 징표들을 발견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촌스럽다'라고 생각했던 것 나 스스로도 알고 있었던 내게 남은 그 모든 흔적을, 그가 빵조각으로 입술을 닦거나, 포도주를 더 따르지 말라는 의미로 손가락을 잔에 대는 것이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내가 이 징표들을 알아챈 것은 - 어쩌면 훨씬 더 정확히 말해서 내가 그 징표들에 무관심했던 것은 - 내가 더 이상 그와 같은 세계에 있지 않다는 증거였다. 예전에 남편과 있으면서 나는 서민의 딸이라 생각했는데, 그와 있으면서 나는 부르주아가 되었다.
그는 내 첫 번째 세계의 기억 전달자였다. / 그는 뒤섞인 과거였다. 그와 함께 나는 삶의 모든 나이를, 내 삶을 두루 돌아다녔다.
우리는 과거처럼 현재를 살았기에, 미래는 현재의 순간을 훨씬 더 강렬하고 비통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더할 나위 없는 쾌락을 맛보며 각자의 상실을 상상하며 공감했다.
우리에게는 비슷한 사람들이 필요했다. 그것 말고는 우리가 사회의 시선 속에서 이 이야기를 살아가고 있음을, 그 이야기를 내가 관습을 바꾸기 위한 도전처럼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잊는 것이 불가능했다.
나는 점점 더 반복한다는 느낌을 제외한 무엇도 느끼지 못하면서 이미지의 경험, 세월을 쌓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나는 영원한 동시에 죽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 / 이러한 감각은 하나의 신호였다. 내 인생에서 시간을 열어주는 그의 역할이 끝났다는 신호. 그의 인생에서 안내자로서의 나의 역할도 분명 끝났다는.
20세기 마지막 가을이었다. 나는 세 번째 밀레니엄 속으로 홀로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어서 행복한 나를 발견했다.
책과 노래
콜레트 - 셰리
테오레마 - 피에르 파졸리니
<don't make me over> - Nancy Holloway
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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